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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 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 라는 것이 있다. 찜찜한 일을 당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을 경계하면서 사용하는 속담이다.

‘설마가 사람 잡은 이야기’가 바로 ‘하인리히 법칙’이다.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의 직원이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수많은 통계를 다루던 중 그 통계 속에 하나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5천 건에 달하는 노동재해를 통계분석 하면서 그는,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1 대 29 대 300 법칙은 후에 ‘하인리히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인리히 법칙은 결국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항상 어떤 신호(signal)가 있다는 이론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사소한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역사를 살펴보면, 사소한 일을 외면했다가 큰 봉변을 당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1941년에 하와이제도 진주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12월 8일 오전 6시, 레이더를 관찰하던 병사 두 명은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던 수상한 항적을 발견했다. 병사들은 즉각 지휘부에 특이동향을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지휘부는 이 보고를 귓등으로 흘려 버리고 말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레이더 스크린이 이상한 항적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갔지만, 여전히 이 보고는 묵살되었다. 레이더의 오류나 새떼의 이동이겠거니 했던 것이다. 심지어 오클라호마 함상에 있던 병사들조차 새카맣게 날아오는 일본군 비행기들을 보고, “아군 비행사들이 곡예비행을 연습하는군” 하면서 한참을 편안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첫 보고가 있은 후 거의 두 시간 동안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군함 18척이 침몰하고, 항공기 188대가 파괴되었으며, 2,430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유명한 진주만 공습 당시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뒤집어보면, 사소한 성공이 모여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발견을 할 수 있다. 사소한 것들의 위력, 디테일의 위력을 잘 설명하는 단적인 사례가 바로 과학수사이다. CSI 라는 미국 드라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과학수사는 디테일에서 시작해서 디테일로 끝나는 영역이다. 3년 전에 씹다 버린 껌에서 DNA 정보를 채취해 성폭행범을 검거하고, 범인이 무심코 남긴 족흔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사소한 흔적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다시 말해 얼마나 디테일하게 증거를 수집하느냐에 따라 범죄해결 여부가 결정된다. 왜냐하면 범죄현장에서는 ‘사소한 것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진리가 통하기 때문이다.

실패와 실수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적 실수를 곱씹어보고 퍼뜨리고 공유하면, 치명적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창조적 실패를 권장하면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 큰 성공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멋진 실패 속에서 위대한 창조의 싹이 돋아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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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림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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