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위한 악행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연극 브레히트의 악한 여자들 - 그루쉐 VS 센테호평속에 막올라...

 

 

(사진출처:창크리에이티브)

 


연극 <브레히트의 악한 여자들 - 그루쉐 VS 센테>는 브레히트의 대표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사천의 선인>에 나오는 두 인물 그루쉐와 센테를 사기와 살인미수죄로 법정에 세워 놓고서 누가 더 악한지를 판가름하는 연극이다. 브레히트의 작품을 재구성하는 작품들은 많지만 브레히트 희곡 중 가장 착한 인물로 등장하는 두 인물을 오히려 악한 여자로 규정짓고 둘 다 한 작품에 등장시킨 발상이 흥미롭다.
관객은 극장에 입장하면서부터 배심원으로 불려지게 되는데 뭔가 극 중 역할을 부여받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들면서 배심원으로서 재판을 끝까지 잘 봐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그러나 한 시간 남짓의 공연시간 동안 배우들의 음악과 유머러스한 장면들로 인해 그 의무감은 사라지고 어느덧 판결의 순간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판결에 따라 마지막 에피소드가 달라지기에 신중한 판결과 더불어 다른 결과의 에피소드 또한 궁금하게 만든다.
 
전체적인 구성은 두 인물의 악행을 고발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증인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증언대로 재연을 하는 방식이다. 원작에 있는 장면들이 그대로 재연되지만 증인들의 시선으로 재구성되는 점이 원작을 아는 이에게는 신선한 발상으로 다가온다.
 
그루쉐는 총독부인이 버리고 간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고 아이를 죽이려던 병사를 해친다. 센테는 가난한 사람과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돕느라 더 많은 돈이 필요했기에 남자인 슈이타로 변장하고 기업을 운영해서 각종이익을 도모한다. 이들은 선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질렀다고 호소한다. 그래서인지 제목은 악한 여자들이지만 오히려 선함이 더 부각되는 느낌을 받는다.
 
브레히트의 서사적 장치 (극적 환상과 감정이입을 차단하여 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장치들)들을 그대로 사용하되 현대적인 감각들로 변화시킨 점 또한 흥미롭다. 무대에는 LED 화면이 설치되어서 극중 인물들 소개와 내용들을 자막으로 처리하고 변호사들의 진술도 음악으로 대신했다. 배우들이 역할을 변신하는 과정과 소품들도 모두 노출시켰다. 극의 중간에는 모든 배우가 극에서 빠져나와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서사적 장치로 이용된다.
그루쉐와 센테는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파란색 의상이고 다른 인물들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시켜 마치 천국인지 연옥인지 모를 곳에서 죄를 심판받는 느낌을 들게 한다. 특히 배우들(주연우,김인식,한초롬)의 악기연주(기타, 베이스, 바이올린)와 노래 실력 또한 출중한데 이 모든 곡들을 배우들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편곡까지 하였다고 한다. 배우 주연우는 뮤지컬에서 오랜 실력을 쌓아온 실력자이며 배우 김인식 또한 음악활동과 영화,드라마에서 실력을 쌓아온 배우이다. 배우 한초롬은 중앙대에서 바이올린과 연기를 복수전공 했다.
 
배우 경력 20년의 정란희가 재판장으로 등장해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으며 국내 미하일체홉 연기테크닉의 전문가인 배우 김선과 드라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숙진이 센테와 그루쉐를 맡아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연출 황선영은 경력 20년차인 배우이지만 2016창작집단 동네한바퀴를 창단해 연출자와 극작가로 영역을 넓혀나가며 연극을 통해 배우와 관객이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관객참여형 연극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바이다.
이번 공연은 홍대 산울림 소극장에서 115일까지 공연된다. 전석 만원. 7세 이상 관람가. 문의 02-334-5915

Posted by 무림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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